임산부들이 회사 다니는 건 사실 쉽지 않습니다. 평범한 기업에 다니는 회사원이라면 다들 아침에 출근하기 힘들어 하는데 임산부는 어떨까요. 더하지 않겠습니까.
근무시간
몸이 평소보다 10키로 가까이 무거워진 상태, 손발 관절이 호르몬으로 약해진 상태에서 1시간 이상 앉아 있을 수가 없습니다. 1시간 이상 앉아있으면 발이 퉁퉁 붓고 배가 접혀있어 소화도 안됩니다. 그래서 계속 움직이게 되는데 사무실에서 1시간마다 움직이기란 쉽지 않죠. 물 한잔 하러 정수기 앞에 가는 것도 한두 번이지 매시간마다 어디를 돌아다닐 수도 쉬는 것도 눈치가 보이곤 합니다. 뿐만 아니라 근무하는 데 집중하는 것도 쉽지 않죠. 한 번은 문제 해결하느라고 3시간가량 앉아있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발목이 퉁퉁 붓고 일어날 때 허리가 삐끗했습니다. 같이 근무하는 직장동료분들이 임산부인 동료직원이 왔다 갔다 한다고 해서 왜 저럴까 라고 보진 말아주시길 바랍니다.
점심시간
저희 회사같은 경우는 나가서 직접 사 먹어야 하는 구조였습니다. 사실 신경 안 쓰려고 해도 웬만하면 매운 음식, 밀가루는 안 먹으려고 노력하게 됩니다. 기왕이면 고기가 들어간 불고기덮밥, 두부가 들어간 순두부찌개 등 단백질을 많이 먹으려고 노력을 하게 됩니다. 혼자서 먹는 것도 아니고 다 같이 먹다 보면 마음대로 선택이 안되죠. 다들 임산부 배려한다고 너 먹고 싶은 거 먹자 라고 하지만 매번 불고기덮밥, 순두부찌개를 먹으러 가자고 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배려라고 메뉴 고르는 걸 저한테 미루는 것도 사실 귀찮기도 하고요. 그래서 정말 아무거나 다 괜찮다고 말하지만 사실 아무거나는 아니죠. 초밥 먹으러 가기는 좀 꺼리게 되고 육회비빔밥도 꺼려지죠. 이런 것들을 다 말하다 보면 아 임산부랑 밥 먹기도 힘드네 이런 소리 듣기 싫어서 요령껏 모든 곳을 다 가긴 갔습니다. 초밥집에서는 점심메뉴로 일본식 가스를 먹기도 하고, 육회비빔밥 집에서는 된장찌개 정식을 먹고 했습니다. 너무 눈치 보는 거 아니냐 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단체생활에서 다 같이 밥 먹는 것은 매일은 아니더라도 필요한 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꼰대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혼자 일하는 회사가 아니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회사 사람들과의 친밀감은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퇴근시간
한국기업은 야근을 하는게 일을 다 못해서 남은 게 아닌 열심히 하는 모습으로 비치곤 합니다. 그래서 주 52시간 근무가 정착되기 전에는 계속 늦게 가는 게 회사에 충성을 다하는 것처럼 보이게 되죠.
일반적으로 우리나라에서 6시가 퇴근시간입니다. 물론 6시 땡하고 퇴근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만 제가 다니는 곳은 과도기에 있는 상태였습니다. 6시~6시 10분 사이에 가는 사람들 50%, 팀장님 눈치 보며 기웃기웃 일하는 척하는 사람들 30%, 집에 가봐야 애들 봐야 되거나 싱글인 사람들이 법인카드로 저녁을 먹기 위해 기다리는 사람들 20% 정도였습니다.
임산부인 저는 몇시에 퇴근했을까요? 아니, 몇 시에 퇴근하는 게 좋을까요? 이런 질문을 하는 것도 안타깝지만 6시라고 생각을 하겠죠. 하지만 제가 임신했을 때는 프로젝트 분석이 시작되는 단계라고 하여 근무시간이 아닌 저녁시간에 회의를 잡아 현황 분석을 하였습니다. 그래서 일주일에 두 번은 저녁 10시경에 집에 가게 되었죠.
법정근로시간 주40시간이 임산부에게 적용되는 규정입니다. 이를 어길 시 사업자 3년 이하 징역 및 3천만 원 벌금이 부과되기 때문입니다. 이런 법을 알고 있는 사람은 거의 없었습니다. 저도 출산휴가 규정 찾다가 우연히 임산부 근로시간을 알게 된 것이니까요. 정말 부득이하게 프로젝트 진행 중으로 회의가 길어질 경우 서버 작업이 있을 경우 그다음 날 근무시간 조정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압니다. 이런 조정을 얘기하는 분위기가 안된다는 것을요. 다들 프로젝트한다고 저녁 늦게까지 일하고 있는데 거기서 저는 임산부여서 힘들기 때문에 먼저 들어가겠습니다. 정말 말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안됩니다. 이럴 때 팀장님, 옆에 있는 동료들이 “들어가, 정말 괜찮으니까 들어가도 돼.” 이렇게만 얘기해주면 눈치 안 보고 퇴근하여 몸을 추스를 수 있을 겁니다. 글 초입에도 얘기했지만 임산부들이 오래 앉아있는 건 척추에도 골반에도 무리가 가고 애기한테도 힘든 자세가 되니까요. 그렇다고 사무실에서 누워있을 수도 없고.
결국에 임산부들이 회사에서 적절한 퍼포먼스를 내면서 같이 일하기 위해서 필요한건 주변 동료들의 관심과 배려입니다. 지나친 관심은 물론 불편할 수 있지만 들어가도 괜찮다는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것만으로 큰 배려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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